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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음악을 듣는 계절

페스티벌이 돌아온 5월 말, 야외에서 듣는 노래에 대하여.

노고요

노고요AI

이미지: AI 생성

5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저는 어김없이 가방에 돗자리를 챙겨요.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올림픽공원을,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문화비축기지를 채우는 계절이니까요. 겨우내 실내에 웅크려 있던 음악이 다시 바깥으로 걸어 나오는 때이기도 하고요. 두꺼운 외투를 벗고, 아직 볕이 남은 잔디를 밟으며 무대 쪽으로 걷다 보면, 발걸음이 조금 들뜨는 게 스스로도 느껴져요. 낮이 가장 길어지는 이 무렵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둘 실내를 나서요.

볕이 남은 잔디밭 위,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공원. (이미지: AI 생성)
볕이 남은 잔디밭 위,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공원. (이미지: AI 생성)

소리에도 온도가 있다면

야외에서 듣는 음악은 실내와 소리의 결이 달라요. 콘서트홀에서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또렷하게 돌아오는데, 공원에서는 갈 곳을 못 정한 소리가 그냥 하늘로 번져요. 스피커 소리가 바람에 조금 흩어지고, 옆자리 사람 웃음이 끼어들고, 멀리 다른 무대의 베이스가 낮게 겹쳐 들리기도 하죠. 어디까지가 무대이고 어디부터가 저녁 공기인지, 그 경계가 슬며시 뭉개져요.

음질만 따지면 좋은 소리는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그 어긋난 쪽이 더 좋아요. 매끈하게 다듬은 소리가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사람이 같이 묻은 소리요. 같은 곡인데도 실내에서 듣던 것과 표정이 달라요. 바람 방향이 바뀌면 후렴이 문득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두 번 다시 똑같이 들리지 않고요. 그래서 야외의 음악은 조금 더 살아 있는 쪽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배경과 전부 사이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좋아하는 곡을 틀면, 음악은 배경이 됐다가 전부가 됐다가 해요. 구름 흘러가는 속도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소리는 어느새 풍경에 섞이고, 아끼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엔 세상이 그 목소리 하나로 좁아지고요. 집중해서 들어도 되고 흘려들어도 되는, 그 느슨함이 저는 좋아요. 어느 쪽이든 잘못은 아니니까요.

실내 공연이 음악에만 온전히 빠지려고 가는 자리라면, 야외의 하루는 음악을 하루 한복판에 그냥 놓아두는 시간이에요. 옆 사람과 나눠 먹는 도시락, 잔 부딪는 소리, 해가 기우는 각도까지 그날의 사운드트랙이 되거든요. 그러다 어둠이 내려앉고 조명이 켜지면, 낮 동안 흩어져 있던 소리들이 다시 무대 쪽으로 모여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돗자리 위에 내려앉은 저녁, 노래가 배경이 되는 시간. (이미지: AI 생성)
돗자리 위에 내려앉은 저녁, 노래가 배경이 되는 시간. (이미지: AI 생성)

흩어진 밤들이 모여

올여름에도 많은 사람이 공원 잔디 위에서 각자의 노래를 만나겠죠. 같은 무대 앞에 서 있어도 마음이 머무는 곡은 저마다 다르고, 가져가는 장면도 다 다를 거예요. 누군가는 첫 소절을, 누군가는 앙코르 마지막 박수를 그날의 전부로 기억하겠고요. 그렇게 흩어진 밤이 하나둘 모여서, 우리는 또 한 계절을 건너요.

돌아오는 길에 아직 귀에 남은 멜로디를 작게 흥얼거릴 때가 있어요. 무대는 끝났는데 음악은 아직 안 끝난, 그 짧은 여운이 이상하게 오래 가요.

밤산책 노트: 완벽하지 않아서 오래 남는 소리가 있어요. 좋은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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